필자는 매주 토요일, 취미 활동으로 사회인 야구를 즐기고 있다. 2022년 사회인 리그 개막경기 첫 타석. 상대 투수가 힘껏 공을 던진다. 어깨 라인 살짝 위로 지나간 공. 평소에 선구안에 자신이 있던 나는 이 공을 볼이라고 확신했지만,
"스트~라잌!"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체감 상으로는 머리 높이 정도로 온 공 같은데... (사회인 야구는 투구의 낙폭이 크기 때문에 더 그렇다.) 당황한 필자는 결국 비슷한 높은 공이라면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운 좋게도 안타를 쳐낼 수는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심판님께 존이 넓어진 이유를 물어보았다.
"프로야구 존이 넓어졌잖아요. 저희도 거기에 맞게 넓힐 수밖에 없어요."
사회인 야구 리그 규정 또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규정에 근거하기 때문에, 프로야구 규정이 변경되면 하위리그인 사회인리그는 그것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이전에 스피드업 규정이나 보크 규정이 변경되었을 때도 사회인리그에 바로 적용된 것을 보면 놀라워할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체감된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안 그래도 사회인 4부 스트라이크존은 굉장히 넓은데... (그만큼 타격하기 쉬운 공이기도 하다.)
사실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한다는 방침이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화두에 오른 문제였다. 도쿄올림픽에서의 뼈아픈 실패 이후 이번에는 '정말로 넓힌다'라는 진심이 보이기 때문에 사회인 야구까지 닿았을 뿐이다. 그런데 (스트라이크 존의 일관성 문제를 제외하고) 왜 계속 존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일까. 최근 KBO 리그의 경향이 타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은 아닐까? 또한,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는 필자마저도 스트라이크존에 영향을 받는데,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본 글에서는 현재 KBO 리그의 타고투저 / 투고타저 경향을 살펴보고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이 도입된 이유와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이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최근 KBO리그 타고투저 / 투고타저 경향
2.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이 도입된 이유
3.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이 KBO에 미칠 영향
1. 최근 KBO리그 타고투저 / 투고타저 경향
- 리그 평균자책점과 리그 평균 타율
해당 시즌이 타고투저 / 투고타저 시즌이었다는 것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까? 평균 득점, 평균 홈런, 평균자책점, 평균 타율 등 수많은 지표를 가지고 시즌을 평가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리그 평균자책점과 리그 평균 타율을 가지고 시즌 별 경향을 살펴보았다. 보편적으로 평균자책점 4.20 ~ 4.50 사이와 타율. 260 ~. 270 사이를 평균적인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이보다 낮은 수치면 투고타저, 높으면 타고투저라고 평가한다.
연도
|
평균자책점 (ERA)
|
타율 | 비고 |
2000
|
4.61
|
.270 |
타고투저
|
2001
|
4.72
|
.274
|
타고투저
|
2002
|
4.24
|
.263
|
|
2003
|
4.28
|
.269
|
|
2004
|
4.31
|
.266
|
|
2005
|
4.22
|
.263
|
|
2006
|
3.59
|
.255
|
투고타저
|
2007
|
3.91
|
.263
|
투고타저
|
2008
|
4.11
|
.267
|
|
2009
|
4.80
|
.275
|
타고투저
|
2010
|
4.58
|
.270
|
타고투저
|
2011
|
4.14
|
.265
|
|
2012
|
3.82
|
.258
|
투고타저
|
2013
|
4.32
|
.268
|
|
2014
|
5.26
|
.289
|
타고투저
|
2015
|
4.89
|
.280
|
타고투저
|
2016
|
5.19
|
.290
|
타고투저
|
2017
|
4.98
|
.286
|
타고투저
|
2018
|
5.20
|
.286
|
타고투저
|
2019
|
4.18
|
.267
|
|
2020
|
4.78
|
.273
|
타고투저
|
2021
|
4.45
|
.260
|
|
2000년대 초반부터 타고투저와 투고타저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다 2014년 외국인 타자가 팀마다 한 명씩 영입되자 타고투저의 시즌이 2018년까지 이어졌다. 2019 시즌부터 반발력 계수를 줄인 공인구를 도입하며 그 기세가 꺾였다. 2020 시즌에 약간의 타고투저 경향을 보이기도 했으나, 2021 시즌에는 평균자책점과 타율 모두 평균 수준으로 돌아왔다.
위 그래프만 보면 공인구를 바꾼 이후에는 '공 한 개' 정도의 폭을 넓힐 정도로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고려할만한 수치는 아니라고 보인다. 2014 ~ 2018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이 5점대를 육박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 평균자책점은 많이 안정화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는 지표가 하나 있었다.
- 리그 평균 BB/9
9이닝당 볼넷 허용 개수를 나타내는 BB/9이 리그 평균자책점과 리그 타율에 상반되는 지표였다. 2019 시즌까지는 BB/9의 전체적으로 리그 평균자책점과 리그 평균 타율의 그래프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두 시즌 볼넷 허용 개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2021 시즌에는 BB/9이 4.19로 최근 2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인구의 반발력 계수가 줄어들면서 타자들과 자신 있게 승부를 할 법도 한데, 오히려 볼넷 허용이 늘어났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일이다.
2.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이 도입된 이유
위에서 살펴봤듯이, 현재 KBO 리그의 경향이 과도하게 타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균 볼넷 허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타자가 이전 시즌보다 약해졌다기보다는 투수가 승부를 피했기 때문에 평균 타율이 낮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스트라이크존이 좁은 것일까? 예전부터 KBO의 스트라이크존과 MLB의 스트라이크존을 비교하면 'KBO는 좌우가 넓고 MLB는 상하가 넓다'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최근에는 각 중계방송사마다 그래픽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여 시청자들에게 공이 스트라이크존의 어디를 통과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전보다 팬들이 심판의 판정에 대해서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불만을 가진다. 물론 방송사의 그래픽은 2D 평면이고 실제 스트라이크 존은 3D의 모양을 가지고 있고, 타자의 신장 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점이 많지만, 심판들은 이에 부담을 느껴 존 안에 들어왔다고 '확신'하는 공들에 대해서만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게 되었다. 이를 KBO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지게 된 계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한 KBO의 타자들은 MLB와 아마추어 야구 스트라이크존이 기준이 되는 올림픽, WBC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 어려워졌고, 메달권을 기대했던 도쿄올림픽에서 4위라는 성적을 받으며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놓고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외친 이유 중 하나는 최근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심판의 판정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함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된 건 아니고 규정에 맞게 '고친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넓힌다'라고 하면 심판의 판정이 이전보다 여유가 생겨도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정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종식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MLB에서는 투구 추적시스템을 통해 심판들의 판정 정확도를 계산하고, 부정확한 판정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하지만 KBO에서는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한 '정확성' 보다는 심판의 '일관성'에 집중하여 존이 좀 달라도 일관성 있게 판정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여 여러 방향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팬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3.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이 KBO에 미칠 영향
- 투수들의 구종 변화
여러 가지 이유로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은 결국 KBO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직접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을 받게 되는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 예상되는 변화 중 하나는 하이패스트볼과 비중의 증가이다. 스트라이크존이 상하로 확대된 것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 큰 변화이기 때문에, 타자들은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고 투수들은 이 점을 공략하려 할 것이다. 이전에 볼 판정을 받던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면 소위 '눈에 가깝게 보여서 배트가 나간다'라고 하는 하이패스트볼에 타자들은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다.
또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비중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래쪽으로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기 때문에 타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종적인 움직임의 변화구가 이전보다 득세할 수 밖에 없고, 위쪽으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으로 인해 '높은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롯데의 레전드 故최동원의 커브와 같이 각이 큰 커브와 함께 비슷한 높이의 패스트볼이 날아온다면 타자들이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중계방송에서 보는 스트라이크존과 달리 실제 심판은 방송 기준보다 더 뒤쪽에서 판정을 내리기 때문에, 상하로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 효과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방송사에서는 홈플레이트 맨 앞의 변인 ⓐ(아래 그림)를 기준으로 잡고, 심판은 타자의 허벅지를 통과할 때나 포수의 미트에 공이 들어갈 때를 기준으로 판정을 내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패스트볼은 아래쪽에 존이 형성되고 변화구는 위쪽으로 형성된다. 여기에 존이 상하로 넓어진다면 패스트볼은 위쪽으로, 변화구는 아래쪽으로 허용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하이패스트볼과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유리해진다.
- 볼넷감소로 인한 경기 시간 감소와 경기 질의 상승
이전 시즌들에 비해 확실하게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은 타자들에게는 악재이지만, 볼넷 허용률이 끝없이 올라가는 KBO의 투수들에게는 호재 중에 호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타고투저가 경기시간을 길게 만들고 경기를 루즈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한 것이 볼넷이기 때문에 리그를 운영하는 KBO와 경기를 즐기는 팬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021 시즌 기준 정규이닝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4분으로 타고투저 시즌('14 ~ '18)보다는 줄고 있기는 하지만, 야구팬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최대한 좋은 경기력을 팬들에게 선보여야 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경기시간 감소 및 경기 질 상승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적극적인 타격으로 범타 증가 --> 내야 수비 중요성 확대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인해 타자들은 이전에 타격하지 않았던 공들도 타격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스트라이크존에 완적히 적응하기 이전에는 익숙지 않은 코스의 공을 타격하기 때문에 정타가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즉, 이전 시즌보다 범타가 나올 확률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비, 그중 내야 수비의 중요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딕슨 마차도를 내보내고 트레이드하여 영입한 롯데 자이언츠의 이학주가 빈 자리를 제대로 메꿔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ference
https://baseball-in-play.com/314
https://www.hani.co.kr/arti/sports/baseball/1026048.html
http://mksports.co.kr/view/2022/166828/
https://sports.news.nate.com/view/20220218n03867
http://www.statiz.co.kr/main.php
https://www.koreabaseball.com/History/Etc/GameTimeAvg.aspx
'Minding's Baseball > 야구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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