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 전에는 꽤나 뜨거운 논쟁 거리가 하나 있었다. 이 주제의 논의는 이미 여러 번 있었지만, 유독 올해는 뜨거웠다. 인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는 프로야구에 희망이 되길 바랬던 2020 도쿄올림픽. 그러나 금메달은 고사하고 동메달 획득에도 실패하면서, '이것'이 국제대회 성적을 내지 못하는 주원인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바로 '스트라이크 존 확대'이다.
KBO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스트라이크 존 확대(정상화)는 스프링캠프를 진행중이던 선수들에게 여러 반응을 이끌어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잘 활용해 보겠다.',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다.' 등등... 어찌 됐든 KBO는 심판위원장을 통해 스트라이크 존 설명회를 열고, 심판들이 모여 훈련하고 스프링캠프에도 투입되는 등 진지한 태도를 보여줬기에 여느 때 보다 확실한 변화를 예고했다.
스트라이크 존이 이전보다 넓어지면 예상되는 변화로는 여러 가지 예상이 있었다. 투고타저 경향이 뚜렷해지고, 투수들이 사용하는 변화구 구종의 트렌드 변화, 삼진이 늘어나고 볼넷이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투수에게 유리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필자도 이 변화와 관련해 글을 쓴 적 있다.)
그래서인지 타자들의 불만이 늘어났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제야 후반기가 시작됐지만 올해 스트라이크 존 판정 불만에 의해 항의하다가 퇴장된 선수들만 무려 7명. 최근 5년 새 최다기록이다. 이용규부터 하주석(...), 김재호까지 김원형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타자라는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일관성 문제라는 변수도 있지만, 타자들의 불만이 늘어났다는 것은 존이 정말 넓어졌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를 시작한 지금,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인한 변화들이 정말 나타나고 있을까?
1. 이전 시즌들과 올 시즌 투 / 타 성적변화
스트라이크 존 확대가 비교적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에는 타율, 평균자책점, 삼진, 볼넷 등이 있다. 이 기록들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다면 스트라이크 존이 이전보다 확대되어 투수와 타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아래의 데이터는 모두 스탯티즈를 참고했다.)
리그 평균 타율
7월 27일 기준 리그 평균 타율은 0.257로, 이전 시즌보다 약간 감소한 모습이 보인다. 보편적으로 .260 ~ .270 사이를 평균적인 시즌이라고 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의 리그 평균타율은 약한 투고타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의 영향이 일부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리그 평균자책점
7월 27일 기준 리그 평균자책점은 4.03으로, 이전 시즌보다 눈에 띄게 감소한 모습이 보인다. 보편적으로 4.20 ~ 4.50 사이를 평균적인 시즌이라고 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의 리그 평균자책점은 투고타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리그 평균 BB / 9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BB/9은 올 시즌 유의미하게 낮아진 모습을 보인다. 7월 28일 기준 BB/9은 3.44로, 2000년대 들어 최고 수치를 기록했던 작년의 4.19보다 확연히 낮아진 모습을 보인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의 평균값은 3.65로, 올 시즌 투수들이 허용하는 볼넷 개수는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그 평균 K / 9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한 K/9은 7월 28일 기준 7.41을 기록하며 이전 시즌보다 소폭 상승한 모습을 보인다.
K/9의 상승의 주원인이 올 시즌 적용된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의한 영향이라고 보긴 어렵다. 외국인 투수가 영입되기 시작하면서 K/9이 늘어나기 시작하기도 했고, 최근 패스트볼 평균 구속의 증가도 여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22 시즌은 후반기를 막 시작한 상태라 이전 시즌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필자는 후반기 경기가 모두 진행되어도 여기에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평균자책점, 평균 타율, BB/9, K/9을 이전 시즌과 비교해본 결과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된다면 기대되는 효과와 같은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BB/9은 이전 시즌에 비해 유의미하게 줄어든 모습을 보인다. 제구에 어려움을 겪던 투수들이 도움을 받다고 볼 수 있겠다. 기본적인 투수들과 타자들의 성적을 시즌 별로 비교해 보았을 때, 스트라이크 존 확대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스트라이크 존은 넓어졌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의 발언과 최근 벌어 나고 일들이 이를 반증하는 듯하다. 스트라이크 존이 시즌 초반에는 넓었는데,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좁아진다는 몇몇 투수들의 발언이 나왔다. 올 시즌뿐 아니라 이전에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때에도, 초반에만 지키는 듯하다가 결국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개막전에 있었던 폰트의 9이닝 퍼펙트 등 투수들이 맹활약을 펼쳤던 반면에, 최근에는 역대 최다 점수차(23점 차) 경기 등 다 득점 경기가 자주 나온다는 점 등이 "정말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되었는가?"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2. 확대된 스트라이크 존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을까?
"스트라이크 존은 여전히 확대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아보기 위해, 올 시즌 월 별로 투 / 타 성적 변화를 알아보았다.
월 별 리그 평균 타율
4월에는 0.243이었던 리그 평균 타율이 5월부터는 무려 2푼이 상승한 2할 6푼대를 유지하고 있다. 4월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였던 타자들이 5월부터는 달라졌다. 시즌 초반인 4월을 제외하고는 작년 리그 평균 타율인 0.257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월 별 리그 평균자책점
리그 평균자책점 또한 리그 평균 타율과 비슷한 변화를 보인다. 4월에는 3.4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투고타저 시즌을 알리는 듯했으나, 5월부터는 줄곧 4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초반인 4월을 제외하고는 작년 리그 평균자책점인 4.45와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월 별 리그 평균 BB / 9
리그 BB/9 또한 리그 평균 타율 및 평균자책점과 비슷한 모양의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지만, 비교적 그 변화가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4월에는 9이닝 당 3.23개의 볼넷을 허용했고, 5월부터는 9이닝 당 3.5개 정도의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
작년 리그 평균 BB/9인 4.19개 보다는 0.5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월 별 리그 평균 K / 9
리그 K/9은 6월까지는 점차 줄어들다가, 7월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즌 월별 수치 변화 자체로는 규칙성을 따로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9이닝 당 평균 7.2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모습.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2018년이 7.54개, 작년이 7.25개였으니 투고타저 시즌의 평균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시즌 평균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로는 스트라이크존 확대의 영향이 투, 타 모두에 있다고 봤으나 월별 데이터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다. 올 시즌 데이터는 시즌 초반(4월) 데이터가 이상치로 작용해 평균 타율과 평균자책점을 끌어내린 모습을 보인다. 위에서 이야기한 몇몇 투수들의 증언과 지금까지 KBO가 그래 왔던 것처럼 결국 다시 돌아간 것일까?
월별 데이터 변화가 이렇게 나온 것에 대해 필자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3.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도 투 / 타 성적이 결국 작년과 비슷해진 이유
1. 타자들이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했다?
- 4월에는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했던 타자들이 점차 적응하며 작년과 비슷한 평균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평균자책점도 따라서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 스트라이크 존이 지금보다 좁았을 때는 공을 신중히 기다렸다면, 적극적인 배팅으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 실제로 초구 스윙비율이 작년보다 2.6% 상승했으며(26.6% --> 29.2%) 전체 스윙비율도 2.1% 상승했다. (44.3% --> 46.4%)
2. 투수들이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3선발급 이하)
- 말 그대로 투수들의 '부익부빈익빈'이다. 원래 잘 하던 선수는 이를 잘 활용해 더 잘하고, 못하던 선수들은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수혜를 보지 못한다.
- 이전보다 공 1개 ~ 1.5개 정도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이어도 제구력 문제가 있는 투수들은 결국 몰리는 공을 던져 안타를 맞고, 볼넷을 허용한다는 이야기다.
3. 실제로 스트라이크 존이 시즌이 진행되며 좁아졌다?
- 이전에도 지적 받아왔던 것처럼 실제로 KBO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이 좁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하지만 S존 판정에 직접 영향을 받는 BB/9의 상승폭이 크지 않고, 작년보다 낮은 수치로 줄곧 유지되고 있는 모습을 보아 완전히 원상복구 되었다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 가설 중 어떤 가설이 제일 큰 영향을 주었을지는 아직 모른다. 어쩌면 모든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트라이크존을 재조정하는 일은 이런 논란이 섞인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은 아직까지 인간이 내리는 판정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시각이 달라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로봇 심판이 도입되어도 논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24년에 정상적으로 로봇 심판이 도입된다고 해도, 2023년까지는 동행해야 할 '휴먼'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판정, 어렵지만 최대한 정확한 판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Reference
http://www.statiz.co.kr/main.php
https://www.spotv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8529
http://www.spocho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365
https://minding-deep-learning.tistory.com/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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