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 동안 글을 쓰자고 준비 해놓은 것들은 몇 가지 있었지만,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다 보니 그 주제를 한 번에 집중해서 칼럼을 완성하기 까지는 꽤 어려운 일이기도 했고, 내 생각과 글의 방향성이 많이 달라져 거의 다 쓰고도 지워버린 글도 생기는 바람에 더 늦어졌다.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야구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일은 즐겁게 하고 있지만, 주로 긴 글과 함께 정보를 깊이 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글들을 써왔던 내가 한정된 공간 안에 깔끔한 정보들과 보기 좋은 디자인의 카드뉴스 또는 이미지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주위에 좋은 동료분들이 많아 열심히 배워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뜬금없이 일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최근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의 주제가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찾아 본 자료에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는데, 카드뉴스와 타겟층의 특성 상 포함되지 못한 내용이 아쉬워서 이 글에서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란?
2.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의 유래
3.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이야기들
1.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이란?
일단 낫 아웃이 뭔지 부터 알아야 한다. 사실 이 용어를 들을 때 부터 '뭐지?' 싶었다. 분명 '스트라이크 아웃'인데 아웃이 아니라니, KBO에서 발행한 2022 공식 야구규칙 5.05 '타자가 주자가 되는 경우' 에 낫 아웃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KBO 2022 공식야구규칙 5.05 '타자가 주자가 되는 경우']
⑵ (A) 주자가 1루에 없을 때, (B) 주자가 1루에 있더라도 2아웃일 때, 포수가 제3스트라이크로 선언된 투구를 잡지 못하였을 경우
[원주] 제3스트라이크를 포수가 잡지 못하여 타자가 주자가 된 뒤 벤치 또는 자신의 수비위치로 가던 중 타자가 주자의 의무를 포기하고 홈 플레이트 주위의 흙으로 뒤덮인 원(dirt circle) 을 벗어나 벤치 또는 자신의 수비위치로 가려는 행위를 했다 고 심판원이 판단하면 심판원은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
일단 낫 아웃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주자가 1루에 없을 때 또는 2아웃일 때 (2아웃에는 주자 상황 상관X)만 유효하다.
(위 전제조건을 충족하는 상황에서) 포수가 세번째 스트라이크로 선언된 투구(헛스윙 또는 존을 통과한 공)를 잡지 못하면 타자는 주자가 되어 1루 베이스로 향할 권리가 주어진다. 그 다음부터는 여느 땅볼 타구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공이 먼저 1루에 도착하거나 주자를 태그하면 아웃, 그렇지 못하면 주자는 살아 나간다.
[원주]는 낫 아웃 상황임에도 타자가 주자의 권리를 포기하고 덕아웃에 돌아가는 등 타석 주위의 원을 벗어나면, 심판은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원주]와 관련해서도 KBO리그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는데, 뒤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2.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의 유래
타자에게는 출루할 수 있는 찬스, 투수와 포수에게는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음에도 주자를 출루시킬 수도 있는 이런 요상한 규칙은 무슨 이유로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이는 초창기 야구로 거슬러 올라가면 알 수 있다.
18세기 독일의 교사 구츠무트가 쓴 어린이 놀이 책('base-ball' 이란 말을 처음 썼다고 알려진 책이다.)에 따르면, 현대 야구에는 없으면 이상할 규칙에 여기엔 없다. 바로 '삼진'과 '볼넷'이다. 이 당시에는 스트라이크 존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타자가 공을 쳐야만 경기가 진행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투수는 지금과 같이 빠른 공과 변화구를 섞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에서 치기 쉽게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공을 던져주었다. 타자에게 치기 쉽게 던져준 공이기 때문에 포수도 굳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을 치지 못하는 타자들(...!)이 있어 경기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자, 타자에게 최대 3번의 스윙만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3번째 헛스윙은 인플레이로 간주하여 타자가 1루로 진루할 수 있게 한 규칙이 바로 낫 아웃의 유래라고 할 수 있다. 포수의 역할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빠른 경기진행을 위한 방법으로 생긴 규칙인 것이다.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긴 한다. 왜 그냥 아웃처리를 하지않고 1루로 진루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일까? 옛날 야구를 즐겼던 사람들은 아마 삼진이 좀 지루하다고 느꼈거나 또는 야구 초보인 깍두기 친구도 1루를 밟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 물론 투수가 지금보다 훨씬 가까이서 공을 던졌기 때문에, 그 공을 주워 1루로 던지거나 타자를 태그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헛스윙을 세 번이나 한 만큼 쉽게 살아나가서는 안되는게 당연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포수가 생기고, 스트라이크존이 생기고, 투수들은 공을 더 세게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규칙은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어 지금까지 존재해온 것이다. 하지만 낫 아웃 규칙에 존재하는 전제조건은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니었다. 포수의 장비가 지금처럼 튼튼하지 않았을 때에는 '블로킹'과 같이 공을 막아내는 행위를 하기 매우 힘들어 주자가 어디에 위치해 있던 낫 아웃으로 살아나가는 타자들이 종종 있었지만, 장비가 점점 좋아지면서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일부러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지 않고 몸으로 막아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는 포수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전제조건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인필드 플라이 아웃 규칙도 비슷한 이유에서 생겨났다. / 고의낙구 방지...)
물론 낫 아웃이 현대야구까지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 이해 안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야구는 점점 발전해왔고, 선수들의 기량도 그 만큼 늘었기 때문에 많이 나오는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규칙이 변수로 작용해 승부를 뒤집기도 하는 게 야구의 재미아닐까? 적어도 사회인 야구에서는 꽤 자주 나오는 일이라 투수와 포수의 집중력을 키워주는 규칙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3.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이야기들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흥미로웠던 이야기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낫 아웃을 응용(?)한 실험적인 이야기와 낫 아웃때문에 희비가 엇갈렸던 이야기, 대기록 달성이 무산된 이야기가 있다.
(1)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 타자는 "언제든" 주자가 될 수 있다.
2019년 미국 독립리그 중 하나인 애틀란틱 리그(Atlantic League)에서는 아주 기묘한 규칙을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우리가 알고있는 낫 아웃과 달리 어떤 카운트에서도 포수가 공을 놓치면 타자는 1루로 출루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볼수 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도 투수와 포수는 신중하게 공을 던져야 한다.
https://twitter.com/i/status/1150202820093730816
트위터에서 즐기는 SOMD Blue Crabs
“For the first time in baseball history a player stole first base thanks to the Atlantic League-MLB partnership rule changes! @ESPNAssign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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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동영상을 보면 투수의 초구를 포수가 잡지 못하자 냅다 1루로 뛰어가는 타자를 볼 수 있다.
(2) 낫 아웃으로 희비가 엇갈린 두 팀
위에서 낫 아웃 규칙 중 [원주]에 있는 내용이 바로 이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1997년 8월 23일 대구에서 쌍방울 레이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있었다. 삼성이 1:4로 앞서나가던 9회초 2아웃 주자 1, 2루에서 타자 장재중 선수는 헛 스윙 삼진을 당했는데, 이 때 공은 원바운드로 포수 미트에 들어갔다. 타자와 포수 모두 낫 아웃 상황인줄 모르고 각자 덕아웃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쌍방울의 김성근 감독과 삼성의 백인천 감독 모두 뛰어나와 1루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의 포수 김영진 선수는 이미 팬서비스 차원으로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린 이후였고, 심판진과 중계 방송사까지 삼성의 승리로 경기 종료 선언을 했으나 김성근 감독의 강력한 항의에 볼 데드 선언으로 번복되며 경기가 속행되었다. 어깨가 다 식어버린 투수는 사사구와 실투를 남발하게 되었고, 결국 쌍방울의 6:4 승리로 경기는 끝이 났다.
이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규칙의 [원주]와 같이 원 밖을 벗어나면 타자는 아웃이 선언된다는 내용이 생긴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야구 규칙이 워낙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런 허점을 파고 들면 경기를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3) 낫 아웃으로 무산된 대기록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47&aid=0000046016
아쉬움 남겼던 한국판 '퍼펙트 게임'
[오마이뉴스 유동훈 기자]메이저리그의 랜디 존슨(애리조나)이 19일(한국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퍼펙트 게임(한 투수가 상대팀 타자를 단 한 명도 루상에 진루시키지 않으면서 승리
sports.news.naver.com
1997년 5월 23일 한화 이글스와 OB 베어스의 경기, 한화의 선발투수 정민철 선수는 8회 1아웃까지 퍼펙트게임을 이어나가고 있었으나, 심정수 선수의 타석에서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포수 강인권 선수의 포일로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출루를 허용해 버린 것이다. 정민철 선수는 이 날 경기를 무사사구 노히트 노런으로 마무리 했으니, 낫 아웃만 아니었더라면 한국의 최초이자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퍼펙트 게임이 될 뻔 했다. (올 시즌 폰트도 억울하겠다. 1점만 내줬더라도...)
Reference
https://www.mlb.com/news/dropped-third-strike-strangest-baseball-rule
Odd, but not out: Baseball's most bizarre rule
Orioles ace John Means threw a no-hitter against the Mariners on Wednesday, and the only thing preventing him from a perfect game was … a strikeout? Yes, it’s strange but true. In the third inning, Sam Haggerty struck out but reached base on a wild pit
www.mlb.com
http://edition.cnn.com/2010/SPORT/06/01/lords.museum.baseball.cricket/index.html
Did baseball begin in 18th-century England? - CNN.com
Did baseball begin in 18th-century England? STORY HIGHLIGHTS 18th century English diary contains oldest known reference to baseballBaseball believed to have been played alognside other bat and ball gamesBoth baseball and cricket may have evolved from earli
edition.cnn.com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15/2009091500673.html
정민철이 밝힌 '무사사구 노히트'의 추억
정민철이 밝힌 무사사구 노히트의 추억
www.chosun.com
트위터에서 즐기는 SOMD Blue Crabs
“For the first time in baseball history a player stole first base thanks to the Atlantic League-MLB partnership rule changes! @ESPNAssignDesk”
twitter.com